박 미 애(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이달은 우리 사회가 아동들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한 달이 아니었나 싶다. 얼마 전 EBS “보니하니” 프로그램에서 성인 남성 출연진들이 만 15세의 여성 청소년 출연자에게 폭력적 행동과 성적인 표현을 해서 논란이 된 일, 영화 “겨울왕국2”가 천만관객을 넘어서면서 영화관에 노키즈존 또는 키즈존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란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된 일, 7개월 된 딸을 부모가 돌보지 않고 방치하여 탈수와 기아로 사망케 한 부모가 실형을 받은 일 등. 이 모든 일들은 아동들을 인격체로서 존중해야 하고, 아동이 권리 주체자로서 최소한의 기본 권리도 지켜지지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EBS “보니하니” 프로그램은 폭력적 행동이 있던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계속된 제보로 오랜 기간 폭력과 성희롱이 방송 곳곳에 만연되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다.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며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보니 심한 장난으로 이어졌다......”라고 얘기했다. 많은 폭력 가해자들의 변명은 “친해서 장난 친 거지 때리지 않았다“라는 게 대부분인데, 아동들의 교육을 목적으로 방송을 제작하는 교육방송 제작진 답도 똑같았다. “위협적 상황이 있었던 건 인정하나 폭력은 없었다. 폭행은 없었으니 그건 폭력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동안 EBS 제작진 집단 전체가 아동인권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방송을 제작하고 노출했다는 아동인권 유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연예인 설리, 구하라 씨 또한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먹고, 입고, 자고, 공부하고, 친구를 사귀고... 이러한 모든 것에 제약이 있었고, 악성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이건 너희의 꿈이야, 꿈을 이루어야 해, 배우나 아이돌이 되면 BTS처럼 국외선양하고 성공할 수 있어”라며, 10대 초반부터 연습생과 연예인 활동으로 아동들이 노동을 하는 현실 속에서 심리적·신체적 학대를 받고 있는데, 우리사회는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또 영화 “겨울왕국2”가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의 사랑을 받으니 “아동들이 떠들어 영화에 집중할 수 없기에 노키즈존 또는 키즈존과 같이 어른들과 어린이를 구분하여 관람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아동·노인·장애인 등 약자들에 대한 차별이 당연시 된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아이가 뛰고 말하는 것은 발달단계상 건강한 성장과정의 너무 당연한 행동 특성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을 마치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은 정상적인 아동의 사회적 발달을 저해 한다”고 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아동들의 특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회 규범을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지 차별하고 입장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닐 것이다.
필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소를 잃었는데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EBS 아동인권 유린문제를 계기로 지금부터라도 빠르게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대중문화산업법이 청소년의 연예활동 시간을 나이별로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있는 법은 아니기에 우리나라 공영방송들도 아동 출연자의 노동시간 및 휴게시간 등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갖춰져 있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어른들의 시각이 아닌 아동들의 시각에서 아동 출연자의 존엄성과 신체적 복지를 명문화하여 불필요한 정신적 고통이나 불안을 겪지 않도록 방송사의 아동출연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또 우리사회가 이러한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원칙은 아동을 인격체로 존중하고, 아동의 인권을 보장하며, 모든 정책에 아이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